
2026년 고물가 시대, 청첩장 한 장이 주는 무게감이 예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웨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예식 비용이 급증하면서, 하객들의 축의금 계산법도 복잡해졌습니다. 밥값은 하되 욕먹지 않는 선, 마음은 전하되 부담은 주지 않는 선. 그 미묘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우리는 관계의 온도를 숫자로 환산하는 씁쓸한 계산을 시작합니다.
웨딩플레이션 시대의 축의금 현실
서울 시내 주요 예식장의 평균 식대가 7만 원에서 9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고, 강남권 호텔 예식은 15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2026년의 현실입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결혼식은 동네 잔치였습니다. 숟가락 하나 더 얹어 국수 한 그릇 나누며, 액수보다는 와준 사람의 온기가 더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는 우리의 '정(情)'마저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식대 상승은 단순한 물가 인상을 넘어선 사회 구조적 변화를 반영합니다. 하객 입장에서 5만 원을 내고 식사를 한다면,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밥 먹을 거면 최소 10만 원"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축의금의 본질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동시에, 하객들에게는 '선택적 참석'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웨딩플레이션은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관계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이며, 경제적 여유가 인간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줍니다. 친구와의 우정을 5만 원, 10만 원이라는 숫자로 저울질해야 하는 현실이 참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계산법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장기적 관계 유지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관계별 적정 축의금 가이드라인
2026년 축의금은 관계의 깊이와 참석 여부, 그리고 예식장의 등급에 따라 세심하게 조정되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참석하지 않고 마음만 전할 때'입니다. 이때는 5만 원이 국룰입니다. 서로 부담 주지 않고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에 가장 적절한 금액입니다. 단, 친밀도가 낮거나 모바일 청첩장만 툭 받은 사이라면 축의금을 보내지 않고 "축하한다"는 이모티콘이나 메시지만 보내도 무방합니다.
식장에 참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본 10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2026년의 에티켓입니다.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인데 가야 하나?" 이럴 땐 가서 5만 원 내고 밥 먹기보다, 안 가고 5만 원 보내거나, 가서 10만 원 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뒷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계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관계의 깊이에 따른 세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절친(베프)의 경우 20만 원 이상부터 무제한이며 가전제품 선물 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친한 친구나 동료는 10만 원에서 15만 원 선이 적절하고, 그냥 동료나 동창은 참석 시 10만 원, 불참 시 5만 원이 무난합니다. 가족 동반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는 15만 원에서 20만 원, 4인 가족이라면 30만 원 이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호텔 예식은 별도의 룰이 적용됩니다. 5성급 호텔 예식은 식대만 15만 원에서 20만 원입니다. 이런 경우 친분과 상관없이 최소 15만 원에서 20만 원을 내는 것이 매너입니다.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고 10만 원을 보내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축하해 주러 가서 눈치 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직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준생이라면 룰에서 자유롭습니다. 참석해서 5만 원을 내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며,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서 소형 가전이나 집들이 선물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식장 시대의 새로운 에티켓
모바일 청첩장이 대세가 된 2026년, 새로운 에티켓이 등장했습니다. 링크를 받고 읽씹(읽고 씹기) 하거나 아무런 반응을 안 하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가든 안 가든 "결혼 축하해! 날짜 비워둘게" 또는 "그날 선약이 있어 아쉽지만 마음으로 축하할게"라고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해주는 것이 신랑 신부의 식수 인원 파악을 돕는 최고의 배려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의를 넘어 실질적인 도움입니다. 예식장은 확정 인원에 따라 식대를 책정하고, 신랑 신부는 이를 기반으로 예산을 계획합니다. 모호한 답변이나 무응답은 주최자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 때로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에티켓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에서 시작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하는 마음보다 '이번 달 생활비' 걱정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지만, 2026년의 우리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팍팍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계산이 곧 무정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그리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성숙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축의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축하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이 관계를 더 오래 지속시켜 줍니다. 축의금은 액수가 아니라, 마음과 관계의 표현입니다. 비록 지갑은 얇아지고 셈법은 복잡해졌지만, 봉투에 담긴 금액보다 그 안에 담긴 '잘 살길 바라는 마음' 그 자체만큼은 인플레이션 없이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라봅니다.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는, 현명하고 따뜻한 관계 맺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출처]
인사이트랩 블로그: https://blog.naver.com/insightslab/224151853333